어제 올린 글 중에 제가 역어 후보군을 작성해 놓는다며 캡처해서 올린 사진을 보시고 한 이웃분께서는 「噂になってる」를 '우리 보고 쑥덕거려'라고 번역한 것과, 또 다른 이웃분께서는 「真面目」의 역어 후보들로서 '융통성 없음, 고지식, 우직'이라고 적어 놓은 것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하셔서 포스팅을 해 봅니다.

먼저 「噂になってる」는 바로 위의 캡처 사진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인데 성격이 활달하고 씩씩한 쇼콜라, 반면 그야말로 여자여자하는 성격의 바닐라. 이 두 주인공이 마계 홈쇼핑에서 잘못 주문한 마카롱을 먹고 두 사람이 뒤바뀌어 버리고 맙니다. 그러니 아이들이 '저 둘 오늘 좀 이상해' , '평소랑 성격이 뒤바뀐 것 같지?'하면서 쑥덕거리는 걸 위 사진처럼 듣고 「う、うわさになってる」라고 말하는 장면인 거죠. 그러니 이 경우는 '소문이 나다, 퍼지다'라고 번역하면 오역이 되는 것이죠.

이걸 '소문'으로 번역하기 위해선 두 사람의 캐릭터가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다른 애들이 알고 있고. 그 소문이 다 퍼져서 그 내용으로 쑥덕거리는 것일 경우여야 하겠죠. 하지만 '쟤들 오늘 좀 이상해', '성격이 뒤바뀐 것 같아'라고 쑥덕거리는 걸 '소문이 났다'라는 식으로 번역하면 이상한 거죠.

그리고 「噂」는 「噂する」라는 형태로 동사로도 쓰이는데 이 경우는 특히 '소문'이 아니라 '쑥덕거리다', 혹은 '뒷담화를 하다'라고 번역해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.

이제 이해가 되셨는지요?

그리고 다음은 「真面目」에 관해서...

이 「真面目」도 많은 사람들이 오역하는 경우가 많은 단어인데, 「真面目」에는 '성실하다'는 뜻만 있는 게 아닙니다. 비근한 예로 제가 번역한 <지미 : 대체로 바보, 어쩌면 천재>에서 농담을 해도 그걸 곧이곧대로 믿어 버리고, 평소에도 뭔가 융통성 없이 행동하는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그 사람에게 「お前、ほんま真面目やな」라는 식으로 말합니다. 이걸 '넌 진짜 성실하네'라고 번역하면 이상해지죠. 즉 일본어 「真面目」는 '성실하다'는 뜻 외에도 고지식하다, 융통성이 없다는 뉘앙스로도 쓰인다는 것이죠.

특히 「くそ真面目」나 「真面目過ぎる」라는 표현이 이에 해당하는 경우인데, 이건 '더럽게 성실하다', '지나치게 성실하다'는 뜻이 아니라 고지식하다, 융통성이 없다, 너무 FM이다(근데 요즘도 이 표현 쓰나요?), 너무 교과서적, 정석적이다, 지나치게 원칙론자다, 곧이곧대로 믿어 버린다, 지나치게 진지하다는 뜻인 거죠.

심지어 「真面目」는 때로는 (융통성이 없어서)고루하다, 재미없다, 따분하다는 뜻으로도 쓰입니다.

그리고 「真面目」 나 「真面目過ぎる」를 영어로는 어떻게 번역하는지를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. 그러면 제가 하는 말을 100% 믿으실 수 있을 겁니다. 그러니 이 사실을 몰랐던 분들은 앞으로 일본어 '마지메'를 번역할 때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죠.

오늘은 이상으로 간단히 마치겠습니다.

아, 참고로 위 캡처 사진은 제가 번역한 게 아니라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더빙본을 캡처한 것입니다. 번역한 지 오래돼서 동영상을 다 지워 버렸거든요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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